(기사)트랜스젠더들의 세계,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 트젠 아카이브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로 태어났지만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트랜스젠더. 우리는 그들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때로는 동성애자와 같은 개념으로 이해하는 이도 있고 존재 자체를 거부하는 이도 있다. 서울 이태원에 자리한 ‘트랜스바 열애’에서 쇼걸로 활동하고 있는 4인의 트랜스젠더가 그들에 대한 궁금증에 허심탄한 답을 주었다.
 

트랜스젠더들의 세계,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빠질 수 없는 궁금증, 수술 이야기

Q 4명 중 성전환수술을 한 분은 유리씨 한 분이죠? 어디서 하셨어요?
유리 지난 설날에 태국에서 수술했어요. 현지의 성전환수술 기술은 그 어떤 나라도 따라올 수가 없어요. 수술을 하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우리나라 의료진들이 태국에 가서 기술을 배워오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태미 우리나라에서 성전환수술을 하는 대학병원은 부산 동아대학교 한 곳이에요(방송인 하리수가 수술한 곳이다). 태국은 미용과 모양에 중점을 두고, 국내는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해 수술을 해요. 장의 끝부분을 이용해 질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에 배에 큰 흉터를 남길 수 있어요.

Q 비용과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줄 수 있나요?
유리 비용은 1천3백만원에서 1천5백만원 정도 들어요.
수희 수술 방법은 먼저 성감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많이 모여 있는 성기의 포피를 벗겨 잘라내요. 그리고 성기와 고환을 적출하고 자른 포피를 동그랗게 말아서 여성의 질을 만들어요.

Q 상상만 해도 아플 것 같은데 어떤가요?
유리 당연히 아프죠. 1주일 동안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게다가 수술 후에도 1년간은 소독하고 관리해야 해요.
수희 우리 몸은 인공 질을 하나의 상처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안으로 살이 차오를 수 있어요. 그래서 몇 개월간 상처가 아물 때까지 봉 같은 이물질을 몸에 넣고 있어요.
유리 그렇지만 여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참을 만해요. 다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아프고 싶어서 아픈 거라고나 할까요? 미용을 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람들과 같은 느낌일 거예요. 오히려 여자가 된 만족감 때문에 기꺼이 참아내는 거지요.
서정 저도 그동안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일했고, 내년 2월로 수술 날짜를 잡고 있어요. 정말 기대돼요.
태미 모든 트랜스젠더들이 수술을 하는 건 아니에요. 바로 저처럼 말이죠. 이유는 다양해요. 위험한 수술에 대한 부담감 혹은 적지 않은 수술비 때문에 못할 수도 있어요. 혹은 성적 취향의 문제로 수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죠. 수술 여부의 비율은 반반이라고 보시면 될 거예요.

서정 수술하기를 두려워하는 사람도 많아요. 몸에 좋을 리가 없으니까요. 트랜스젠더들은 고운 피부를 갖고 근육을 없애기 위해 여성호르몬 주사를 정기적으로 맞아요. 그것도 몸을 망가뜨리는 일이에요. 호르몬 주사로 인해 혈관이 좁아지고, 나이 많은 분들은 골다공증에 시달리기도 해요.
태미 그래도 여자이고 싶으니까 어쩔 수 없어요. 통계는 없지만 성전환수술을 하면 수명이 매우 짧아진다는 설이 있어요. 그래도 그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라면 강행할 수밖에 없는 거죠.
수희 오히려 1세대 트랜스젠더들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했죠. 단순히 여장을 한 미친 남자 취급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여자는 되고 싶은데 돈은 없으니 여인숙에서 불법 수술을 강행했다고 해요. 성전환수술만 전문적으로 해주던 업자들이 있었거든요. 부작용이 심해서 말년에 고생한 분들도 많았어요.

Q 성전환수술을 하면 남자에서 여자로 호적을 바꾸는 일은 쉬운가요?
유리 법원에 병원 진단서와 관련 서류 그리고 신체 촬영 사진을 제출해요. 그럼 판사님이 판단하는 거죠.
태미 그것도 운이에요. 고지식한 판사를 만나면 변경하기 쉽지 않아요.
수희 그나마 하리수가 매스컴을 타면서 사람들의 인식도 좋아지고 시선도 고와졌어요. 트랜스젠더를 위해 큰 공헌을 한 사람이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Q 유리씨는 수술하고 가장 좋은 점이 어떤 건가요?
유리 여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사우나를 갈 수 있게 된 점이에요. 이제는 못 갈 곳이 없어요. 그동안 워터파크도 여성 라커룸을 이용할 수가 없어서 놀러 가기 쉽지 않거든요. 간다 해도 몰래 화장실 같은 곳에 숨어서 옷을 갈아입었어요.
태미 수술을 하면 좀 더 당당해지는 건 있어요. 일반 분들이 저희를 보면 가장 먼저 물어보는 말이 “수술했어요?”예요. 수술은 지극히 개인의 선택임에도 괜히 민망해지기도 하고요. 남자를 만날 때도 자신감이 없어지고 미안해서 거짓말을 하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요.

트랜스젠더는 누구를 사귈까?

Q 자신이 트랜스젠더 혹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언제 알게 됐죠?
서정 어릴 때부터 좀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굳이 사춘기가 오지 않아도 이성을 좋아한다든가 하는 마음이 있잖아요. 그때 저는 또래 남자아이들이 더 좋은 거예요. 게다가 목소리도 여자 같아서 항상 놀림을 많이 받았어요. ‘나는 좀 다르구나’ 생각했죠.
유리 저는 어릴 때 여자같이 생겼다고 해서 별명이 ‘하리수’였어요. 그런데도 제가 트랜스젠더인 줄 몰랐어요. 트랜스젠더가 뭔지 몰랐으니까요. 그저 ‘난 몸은 남자인데 왜 남자가 좋을까? 정신병자인가, 괴물인가?’ 고민도 많이 했어요. 그러다 열아홉 살 때부터 거울 속 내 모습이 싫은 거예요. 여자처럼 화장도 하고 싶고 짧은 치마도 입고 싶어지더라고요. 고민하던 중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제가 트랜스젠더라는 걸 알게 됐어요.
수희 트랜스젠더와 게이의 차이는 그거예요. 거울을 봤을 때 남자인 내 모습이 낯설고 싫은 것.
태미 사실 저는 남자일 때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어요. 20대 때는 정말 예쁜 여성분에게 프러포즈를 받기도 했고요. 그런데 여성들에게는 일단 성적 욕구를 느끼지 못하고 그저 동성이라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최근까지도 제 정체성에 대해 궁금해하며 접근하는 여성분들이 있어요. 그렇지만 저는 늘 서두에 잘라버려요. ‘저는 여자입니다’라고요.
 

트랜스젠더들의 세계,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Q 그럼 트랜스젠더들은 어떤 식으로, 어떤 분들과 교제를 하나요?
태미 그냥 보통 남자들이요. 제 경우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던 사람을 만나 뒷바라지를 한 적도 있어요. 10년을 함께 살았고 물질적인 후원도 정말 많이 해줬는데 결국 배신당하고 헤어졌죠.
수희 트랜스젠더는 일단 헤어진다는 각오를 하고 교제를 해요. 왜냐하면 남자에게 이용당하거나 비참하게 끝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보거든요. 일반 남성과의 결혼은 트랜스젠더들의 꿈이라고 할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에요. 일단 한국 사회에서 자식을 못 낳는다는 것은 큰 문제잖아요.

태미 맞아요. 마치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로 남자를 만나요. 드라마나 영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게이 커플은 오래가고 결혼도 할 수 있어요. 서로 같은 입장으로 이해하고 만나는 사이니까요. 그렇지만 남성의 몸에 여성의 마음을 가진 트랜스젠더는 일반 남성을 만나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죠.
유리 마음을 열고 결혼까지 해줄 남자는 정말 없다고 생각해요.
서정 제 주변에서는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이 사귀는 경우도 봤어요. 어떤 감정으로 어떤 성적 취향으로 만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요(웃음). 깊이 들어가면 복잡해요.

Q 서정씨는 현재 일반 남성과 교제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만났나요?
서정 제가 자주 다니는 음식점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고 있던 사람이에요. 자연스럽게 서로 호감이 생겨서 사귀게 됐어요. 제가 트랜스젠더라는 건 만난 지 한 달 만에 고백을 했어요. 다행히 이해해줬고 그렇게 사귀기로 했죠. 같이 있으면 아주 편안한 사람이에요. 제 꿈은 그와 결혼을 해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거예요.
수희 우리 애들은 정말 착해요.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야 하니 여자보다 더 여성스럽고 조심스럽고 순종적이에요. 뭔가 잘못을 하거나 실수를 하면 ‘남자니까 저런 모습이 나오지’ 하는 비난을 받을 수 있거든요. 웬만하면 남자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고 져주고 포기하는 부분이 많아요.

Q 남성들에게 헌팅을 당해본 적은 없나요?
유리 저는 주로 클럽에 가서 놀거든요. 그러다 보면 “술 마시러 가자”는 남자들이 있어요. 그럼 “나 트랜스젠더인데 괜찮아?”라고 물어봐요. 대부분이 “괜찮아”라는 반응이에요. 요즘은 별로 당황하지 않고 거리낌도 없는 편인 거 같아요.
서정 저는 여자친구도 있고 남자친구들도 많아요. 저를 이상하게 보거나 거부하는 친구들은 없어요. 오히려 저를 좀 더 특별한 사람이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트랜스젠더들은 왜 화류계에서 일할까?

Q 트랜스젠더의 사회 진출은 매우 제한적이에요. 대부분 밤에 일하는 것 같은데 왜 그럴까요?
수희 과거부터 트랜스젠더의 문화는 공연 문화였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예술적인 끼가 남다르거든요. 쇼를 연습할 때는 전문 무용 선생님의 레슨을 받아요.
서정 재미와 기예를 보러 바에 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춤과 노래 연습을 해야 해요. 볼거리가 없다면 굳이 여기로 술 마시러 올 필요가 없죠. 예쁜 여자들이 많이 있는 텐프로 업소로 가죠(웃음).
유리 트랜스젠더는 여자가 하지 못하는 파워풀한 춤동작이 가능하고 특유의 센스도 갖고 있어요. “너희들만의 매력이 있다”라며 칭찬해주는 분들도 많고요. 또 여자에게 질렸다는 분들이 오시기도 해요(웃음).

태미 사실 트랜스젠더 중에는 금전적인 것 때문에 밤일을 하는 경우도 많아요. 수술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고 그 돈을 충당하려면 편의점이나 커피숍 아르바이트로는 어림도 없지요. 그렇다고 정상적인 사회 집단, 대기업 같은 곳에서 우리를 받아줄 리가 없잖아요.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술집에 발을 들일 수밖에 없는 거죠.
유리 외국처럼 트랜스젠더가 아무런 제한 없이 승무원이나 백화점 직원으로도 일할 수 있는 관대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요. 저희도 밤일하지 않고 여성으로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게 꿈이니까요.
태미 그래도 요즘은 부모님들이 아들을 데리고 와서 “얘 화장 좀 시켜주세요” 하는 분들도 있어요. ‘네 인생이니 하루라도 빨리 정체성을 찾고 편하게 살아라’라는 마음인 거죠.

Q 그럼 수입은 어느 정도예요?
태미 경기가 좋을 때는 많이 벌었어요. 제가 40대 초반인데 그동안 7, 8억 정도 벌었으니까요. 지금 그 돈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에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많은 일이 있었답니다(웃음).
수희 일본으로 건너가 일했던 트랜스젠더들은 준재벌 정도 재산을 모은 사람들도 많아요. 마포 등지에 건물 하나씩 올렸지요.
태미 근데 슬픔이 많은 친구들이다 보니 버는 만큼 써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몇 가지 부류가 있는데요. 명품 쇼핑 혹은 도박에 중독되는 친구들도 있고 호스트클럽에 돈을 갖다 바치는 친구들도 있어요.
 

트랜스젠더들의 세계, 당신은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그들의 소박한 꿈과 희망에 대해

Q 사람들에게 가장 듣기 싫은 소리는 어떤 것이 있나요?
수희 에이즈 걸린 것 아니냐는 소리를 정말 지겹게 많이 들었어요. 저희는 모두 보건증(건강진단결과서)을 갖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아야 일을 할 수 있죠. 건강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아직까지 편견이 심해요.
태미 작년에 케이블 방송에서 트랜스젠더 토크쇼 ‘XY그녀’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1회 방송이 나가고 방영이 중단됐죠. 여성가족부나 기독교 단체에서 방송 중지를 요청했다고 해요. 어린 친구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였어요. 트랜스젠더는 그냥 그렇게 태어난 거지,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고 만들어지는 게 아닌데 말이죠.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는 현실이 슬픈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