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이태원 ‘여보여보’의 불빛은 꺼지지 않는다: 64세 트랜스젠더 정미래의 생애
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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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영의 기자 수첩]
- 20대 청년에서 이태원의 ‘마담’으로, 40년 세월을 잇는 보랏빛 서사
- “남자로 살았던 20년, 나로 살기 시작한 40년…후회는 없습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낯선 언어들이 뒤섞이는 서울 이태원의 밤. 그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트랜스젠더 바 ‘여보여보’에는 매일 밤 거울 앞에서 정성스럽게 속눈썹을 붙이는 한 여인이 있습니다. 올해 예순넷을 맞이한 정미래(가명). 그녀는 오늘도 세상이 그어놓은 경계선을 넘어, 가장 자기다운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합니다.
■ 거부할 수 없었던 운명, ‘남자’를 벗고 ‘나’를 입다
정미래 씨의 삶은 스무 살 무렵 커다란 변곡점을 맞이했습니다. 남들처럼 평범한 남자로 살아가길 강요받던 20대 초반, 그녀는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진짜 자신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칼날 같았던 시절,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뒤로하고 선택한 ‘여성’의 길은 축복이라기보다 고독에 가까웠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그 선택을 원망해본 적이 없습니다.
■ 이태원 ‘여보여보’, 40년 고독과 환희의 기록
80년대 이태원은 그녀에게 유일한 안식처였습니다. 특히 ‘여보여보’의 작은 무대는 그녀가 숨 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고, 그곳에서 그녀는 40년이라는 긴 세월을 현역으로 살아냈습니다. 젊은 시절의 그녀가 화려한 춤과 미모로 밤을 수놓았다면, 64세가 된 지금의 그녀는 삶의 풍파를 견뎌낸 깊은 눈빛과 따뜻한 목소리로 손님들의 고단한 어깨를 토닥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유흥의 장소이었겠지만, 정미래 씨에게 이 공간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온 ‘삶의 성소’였습니다.
■ “인생은 지우는 것이 아니라 채워가는 것”
강산이 네 번 변하는 동안, 그녀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도 조금씩 변해왔습니다. 손가락질하던 사람들은 이제 그녀의 연륜을 존경하고, 방황하던 청춘들은 그녀를 찾아와 길을 묻습니다.
정미래 씨는 말합니다. “사람들은 내가 잃은 것들에 대해 묻지만, 나는 얻은 것들만 기억해요. 거울 속의 내가 늙어가는 것은 슬프지 않습니다. 진짜 내 모습으로 늙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 하나면 충분하니까요.”
■ 이태원의 살아있는 유산, 그녀의 마지막 무대를 응원하며
정미래 씨의 일대기는 단순히 한 트랜스젠더의 성공담이 아닙니다. 그것은 시대의 억압 속에서도 끝내 굴절되지 않았던 인간 존엄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녀가 매일 저녁 ‘여보여보’의 문을 열 때마다, 이태원의 밤은 단순한 유흥을 넘어 한 인간의 숭고한 생애를 증언하는 시간이 됩니다.
“내 이름은 미래입니다. 내일의 해가 뜨면 다시 정미래로 돌아가겠지만, 오늘 밤 나는 이태원의 가장 찬란한 별입니다”
출처 : https://www.committee.co.kr/5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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