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를 성범죄자로 몰려는 서사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기술이 있다. 

 

-생물학적 성별은 겉보기로 충분히 구분이 가능하다.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트랜지션을 한다

-특히 비수술 트랜스여성과 시스남성을 구분하는것은 너무나도 어렵다.

 

물론 전부 타당하지 않다. 두번째 것의 경우 그냥 흔한 소수자를 범죄자로 몰기 패턴이니까 무시하겠다.. 생물학적 성별이 겉보기로 구분이 가능한 것과, 비수술 트랜스여성과 시스남성을 구분할 수 없다는 명(여러가지 의미에서 서로 모순되지만)는 결국 하나로 이어진다. 

“외모로 생물학적 성별이 양분된다.” 

 

 

1. 지정성별 오용

Asigned Gender at Birth(태어날 당시 지정받은 성별)의 번역어라 할 수 있는 단어인 지정성별은 개인이 불합리한 과정을 거쳐 성별을 지정받는 상황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법과 의학이 태어날 당시 내게 부여한 성별이 사실은 무작위라는 사실을 지적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조어로, 사회는 나의 성별정체성이 형성되기도 전인 태어난 시점의 생식기 모양을 기준으로 나의 성별을 지칭하는 것을 폭로한다. 

이것의 불합리는 이 단어가 처음 사용된 그룹이 간성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쉽게 와닿을 수 있다. 간성의 분류는 매우 다양하나, 대표적인 간성 유형으로 꼽히는 것은 생식기의 형태가 비전형적인 경우이다. 음경과 클리토리스는 동일 기관이 분화한 결과물이다. 또한 음경은 이따금 함몰되어있다가 성장하면서 튀어나오기 때문에, 육안으로는 신생아의 음경이 보이지 않았다가 자라면서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런 ‘간단한’케이스 바깥에도 생식기의 생김새는 정확히 두종류로만 생기지도 않았으며, 이렇게 비전형적인 비율이 전 인구의 1%, 그러니까 빨간머리를 가진 사람의 수보다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생식기를 육안으로 보고 Pall-O-Meter라는 자를 대고 음경-클리토리스의 길이를 기반으로 적당히 성별을 정한 후, 그 성별에 맞춰 성기를 ‘교정’하는 방식으로 성별을 ‘지정’하는 상황에서, ‘Asigned Gender at Birth’라는 단어가 탄생한다. 내 의사따위 묻지 않은 채 지정당하고 강요받는 성별. 많은 사람들은 지정된 성별로 ‘교정’되어 살아간다.

지정성별이라는 한국어가 처음 등장한 2015년 이후, 지정성별은 엄청난 양의 오용을 겪었다. 가령 다음과 같은 말은 아예 성립이 안된다.

“니네 과학적으로 최초의 인류가 지정성별 여성인건 알고잇니ㅡㅡ”

왜냐면 지정성별은 (자신의 성별정체성과 일치하는 상황에서조차도) 불합리하게 지정받은 성별을 지칭하는데, 최초의 인류 루시는 누구에게 성별을 지정받을 사회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저는 지정성별 남성이고”

라는 말을 비-간성인 시스젠더가 쓴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정성별 오용이 될 수 있다. 그에게 이 문장은 “제 성별은 남성이고” 라고 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며, 그는 운이 좋게도 지정받은 성별과 불일치를 겪고있지 않기 때문에, 무의미한 단서를 접붙인 셈이 되기 때문이다.

 

“지정성별 남성이 지정성별 여성을 제압”

같은 용례도 문제다. 근력차를 지정성별로 설명하는 것은 근력차를 설명하는 가장 부정확하고 게으른 방식이며, 이따위 인식이 조금만 확장되면 여성 운동선수 앞에서 자기 근력을 이야기하는 평범한 한남적 사고가 된다. 혹은 트랜스남성의 근력이 어째 평범한 시스남성보다도 우위에 있다는 가정 하에 여자화장실이나 여대 등지에서 무쌍이라도 찍을것처럼 이야기하는 것과도 연결된다. 

 

가장 많이 사용된 지정성별의 오용례는 이런 것이었다.

“그 카페 알바분이 지정성별 여성이셨는데-“ 

카페 알바분이 지정성별 여성인 트랜스젠더임을 밝힐게 아니면 오용이다. 또한 직접 물어보지 않고서는 타인의 지정성별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많은 경우, 지정성별은 ‘시스젠더인 타인의 겉보기 성별을 지칭하는 상황’에서 사용되어왔다. 이렇게 “여성으로 패싱된다”를 “지정성별 여성이다”로 이야기하는 것은 지정성별의 취지와 완벽하게 반대가 된다. 국가가 개인의 성별을 지정하듯, 오용자는 개인의 지정성별을 판단하는 셈이니까. 사람은 물어보지 않고 타인의 지정성별을 알수가 없다. 

그리고 여기서 지정성별 대용으로 패싱성별, 남성패싱, 여성패싱따위의 말을 대체어로 남용하는 경우도, 십중팔구는 남용이다. 애당초 성별을 겉보기로 판단하는게 이상하다는 합의 아래 만들어진 패싱이라는 단어를 그렇게 쓰는것은, 성과 관련된 편견을 용어를 훔쳐와서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을 젠더링하는 행위를 왜 하는지 몇번이고 곱씹고 대체 내가 어떤 편견에 절어있었는지 판단해보길 바란다.

 

패싱, 지정성별 등의 말은 쓰지 않아도 될때는 쓰지 않는것이 가장 좋은 사용법이다. 지정성별은 쓰자고 만든 단어가 아니라 “이런것이 평범한 개념처럼 만연해있지만 사실 폭력적인 개념이고 철폐합시다”라는 의미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피씨하게 말하기 위해 지정성별이나 패싱따위를 함부로 쓰는것은 완벽한 오용이다. 

 

2. 겉보기 성별

지정성별을 겉보기 성별과 등치하는 오용에 깔린 전제는, 모든 성차별적인 스테레오타입이, 그 생물학적 특질 따위가 육안으로 쉽사리 구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오용에 대단한 의도야 없었을 수도 있지만, 겉보기 성별을 긍정하는 것은 이것과 멀지 않다.

생물학적 성별을 직접 본다면 쉽사리 구분할 수 있다는 자신감. 그 기저에는 신체의 어떤 특성들이 성별에 따라 고정되었고, 불변한다는 믿음이 짙게 깔려있다.

여기서 나는 이 글을 쉽게 끝낼 수 있다. 사진 몇장을 주고, 이중에 누가 시스고 누가 트랜스인지 맞춰보라고 이야기하는 방법이다. 심지어 이 사람은 "성전환 수술"을 하지도 않았고 이 사람은 드랙이었답니다. 짠. 쉬운 방법이지만 그것이야말로 이 글에서 지적하려는 내용과 완벽하게 배치되는 행동이기에,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트위터에서 수도없이 반복되어온 머짧 여성에 대한 젠더링 실패 사례까지도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지적하려는건 신체정상성이다. '생물학적 성별'을 눈으로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의 전제에는 이 신체정상성이 짙게 깔려있다.

 

[진짜 알바하다가 처음 트젠남 봤는데 난 그냥 목소리 굵은 여잔줄 알았더니 남자 특유의 두터운 손보고 기함토했음]

[뭐야 얘 남자였어? 좆팘ㅂ]

ㄴ [오리가 수컷인거에 화내는거임? xx님은 여잔데?]

    ㄴ[손가락이 남자잖아]

고작 손을 보고 성별을 판단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손에 성별을 부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여성을 배제해왔다.

손으로 성별을 구분하겠다는 야망은 숙대 트랜스젠더 입학 당시에도 나왔었다. 인터뷰에 그의 손이 나왔었다는 사실에 착안해 입학반대 모임에 손을 인증하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손만 생물학적 차이의 증거인가? 발 사이즈가 270인 여성에게 달린 댓글은 이렇다.

 

 

 

여성의 얼굴 골격을 두고 "남상"이라고 말하며 꾸밈을 강요하는 상황은 또 어떤가. 얼굴과 관련하여 언급할 만한 사례로 시스여성 전용 어플인 기글의 댓글을 가져왔다. 기글은 AI를 통해 사용자의 얼굴을 분석, 성별을 판정하는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채팅어플이다. AI는 '정상적인'얼굴만을 분석해내는 나머지 백인이 아니면 형편없는 성능을 보여준다는 사실이 이미 널리 알려져있으나, 이런 순혈주의자들은 교차성따위 알바가 아니다. 그 결과, 윗 댓글에서 말하는대로 흑인 여성은 인증에 실패한다. 아래 댓글의 경우 자신의 코, 얼굴 골격등이 정상성을 벗어난(odd 라고 표현) 자신의 얼굴은 인식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유럽식 얼굴을 지닌 사람만 여성이 되는 것이다. 정상성을 향한 어떤 신봉은 이렇게 온갖 "비정상"들을 걸러낸다. 댓글중 트랜스여성은 막상 통과한 사례가 있음을 밝힌것이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순혈주의는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다. 

손, 발, 얼굴 뿐 아니라, 털이 많은 여성이 각종 괴상한 별명과 함께 스트레스를 받는 사례는 셀수도 없다. 트랜스여성을 묘사하는 K-랟의 그림에는 항상 트랜스젠더가 다리털을 깎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한다. "코르셋을 바짝 조인 존재"로 묘사되는 사람들이 다리털은 놔둘것이라 생각하는 것인지, 털때문에 놀림받고 손가락질당하는 여성들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여성도 다리털을 면도한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것인지, 무엇이 되었건 모순과 혐오, 악의만 가득차 있다는 데는 차이가 없다.

이렇게, 성별 스테레오타입에 걸맞지 않은 신체를 두고 다른 성별로 모는 행위는 항상 여성을 향한 폭력으로 작동했다. 

 

“우리가 타인의 성별을 어떻게 인지하는지가 그 사람과 관계맺는 방식에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타인의 젠더를 판정하는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매우 얍삽하다. 우리는 타인의 성별을 멋대로 판단하면서도 딱히 이것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기 때문이다.” - 젠더무법자

성별을 읽혀본적이 있는가? 상대는 나의 모든 요소를 뜯어보고 나의 성별을 결정한다. 키, 피부, 골격, 화장여부, 수염유무, 가슴, 골반, 목소리, 머리길이, 털 유무, 몸의 어디의 굵기와 어디의 너비와 복장과 이것저것. 시선폭력이라는 말을 아는가? 여성을 대상으로 많은 남성들이 저지르는 그 폭력 말이다. 눈으로 더듬으며 성적인 품평을 하는 그것. 그것을 트랜스젠더는 다른 방식으로 당한다. 그것도 가해자 풀은 여성까지로 범위가 확장되어서.

상대방은 수십가지의 단서를 종합해서  나의 성별을 결정한다. 왜 결정하는지 모르겠다. 그와 상호작용을 할 것도 아니고, 그냥 지나가는 중에 내가 보여서 그런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그 모든것에 대한 평가는 뭐, 대단히 의미있지도 않다. 저사람의 머리는 길고, 피부는 깨끗하고, 골격도 작고, 화장도 했고, 어쩌구저쩌구 해서 여성성 99인 상태에서 목소리를 딱 듣고 남성으로 기운다. 그리고 어느때는 목소리를 보고 나를 여자로 확정지어놓고선 전화상으로는 여잔줄 알았는데 보니까 남자시네요 가 나오기도 한다. 그런말은 왜 입밖으로 내는지, 아이스브레이킹이라도 하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모든 판단과정은 엉망진창이다.

또한 성차별적이다. 생물학적 성별을 나누는 것은 이렇게 몸을 조각조각 잘라서 품평하는 작업이다. 시스여성에게 가해지던 말들, 너는 여자치고 손이 너무 크고 안예쁘고 머리가 크고… 이따위 것들이 고스란히 생물학적 성별 판정과정에 들어간다. 그러니까, 생물학적 여성의 신체 비정상성을 판단하던 그것이 트랜스여성의 여성적이지 않음 판단 기준으로 고스란히 계승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트랜스젠더를 젠더링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신체정상성에 트랜스여성을 가두는 이들이라는 뜻이다. 시스여성에게 가해진 루키즘적 외모압박, 펫셰이밍따위를 고스란히 반복하는것이 백래시가 아니면 뭐겠나?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생물학적 성별에 따른 외모 구분에 대한 믿음은 성차별적이고, 여성혐오적이다. 

 

3. 비수술

지정성별과 패싱이 앨라이들도 흔히 저지르는 오용이라면, 이제는 비수술이라는 말이 혐오세력을 중심으로 붐을 타고 있는 듯 하다.

깨알같이 정정한 mtf편 들어주는척. 

위 트윗에서는 트랜지션 안한 트랜스여성, 비수술 트랜스여성, 시스남성이 같은 집단으로 묶여있다.

무려 "4~5년전에는 바이젠더였던" 이 분의 주장에 의하면, 비수술 트랜스젠더는 변태남과 구분할 수 없다.

 

 

모 유튜버 팬카페에서 목소리, 생리대를 포함한 가입인증을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스템의 배제적임을 이야기하는 트윗에 달린 인용이다. 비수술ftm의 목소리가 "여자목소리"일 것이라는 확인이 "어떻게 목소리로 남자로판단하는게됨?"이라는 말에서 드러난다.

 

종합해보면 깔려있는 전제는 이것이다. “성전환 수술을 통해서, 패싱이 변한다.” (물론 수술한 트랜스젠더를 인정하는척 하는 말들이 있지만, 수술한 트랜스젠더는 괜찮냐는 말을 하면 생물학적 성별을 뽑아올 것은 자명하다. 생물학적 성별 운운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다시 2로 가면 된다.) 

이런 생식기 과몰입적 면모는 비수술 트랜스젠더가 여자화장실을 쓰면 안된다는 괴롭힘으로 이어진다. 비수술 트랜스남성이 수염기르고 여자화장실을 써야한다는건지. 수술한 트랜스여성이 여자화장실을 써도 왜 근거가 바뀌지 않는지? 

 

트랜지션이라는건 무엇을 의미할까? 성전환 수술하고 땡인가? 아니다.

 

A. 언어적 / 비언어적 젠더 표현을 바꾼다. 

문화권에 따라 사용하는 대명사를 바꿔야 하는 경우나, 입는 옷/화장 등의 변경 등이 해당된다. 문화적인 부분에서 패싱 확률을 높이는 작업이나, 이 부분은 개인차가 극단적으로 크고 방대한 작업이다.  2번으로 제시될 의료적 트랜지션이 트랜지션이라는 단어를 과대표하고 있는 현실과 달리, 사실은 이부분이 패싱을 좌우한다.

믿기지 않는다면, 극단적인 사례로 드랙을 보면 된다. 드랙의 많은 기술은 트랜스젠더의 트랜지션 과정에서 패싱되기 위한 노력고 상호작용하며 발전했다. 트랜스남성이 서서 오줌누기? 패킹을 하면 된다. 트랜스남성은 가슴을 납작하게 만들기 위해 바인더를 쓰기도 한다. 신체 실루엣을 바꾸는 일은 수술 없이도 가능하다.

놀랍게도 목소리마저도 이 문화적인 젠더표현 변경의 결과인 경우가 많다. 트랜스여성의 경우 목소리 바꾸기를 훈련을 통해 달성한다. 수술도 있지만, 훈련이 오히려 결과물이 좋다는 평이 많을 정도다. 트랜스남성의 경우 호르몬 치료로 인해 톤이 급격하게 변화하나, 많은 경우 성별에 따라 기본적인 발성이나 호흡법, 조음 위치까지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으므로 이 경우에도 여러 연습을 동반하곤 한다.

다리에 털난 남성이 그냥 가발쓰고 원피스 입고 남자라고 주장할것만 같다는 혐오자의 이미지와 달리, 개그맨들의 어설프고 우스꽝스러운 '여장'과는 달리,. 트랜스여성이 ‘여장’을 하는 방식은 건드릴 거리가 훨씬 많다. 화장이 인상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닌가?

화장, 옷, 몸 구석구석을 면도하고 피부를 관리해 여성으로 패싱되는 작업을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여성이 “여성성을 획득”하는 것과 같은 루트로 “여성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애당초 패싱에 영향을 주는 여성성 획득이 얼마나 허상의 것이고 벗고 입을 수 있는 성질의 것인지는 탈코를 해봤다는 쉽사리 알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젠더를 교란해 보았다면, 둘 사이의 차이가 생각보다 별게 없다는 사실도 알 수 있지 않은가? 

많은 이들은 입이 실룩거릴 것이다. 트랜스여성이 여성성을 걸치고 모방하는 것에 대한 비판말이다. 애당초 모든 트랜스여성이 여성성을 극단적으로 걸칠거라는 망상은 접더라도, 크든 작든 여성성을 걸치기는 한다. 그렇게 여성으로 패싱되기를 노력한다. 트랜스젠더가 여성성을 강화한다/여성성을 주워입는다고 말하는 서사는 사실 여기서 주로 발생한다. 맞다. 많은 트랜스여성은 ^사회적 여성성^모습으로 자신을 여성이라고 한다.

 

왜냐면 그래야 “탈코한 트젠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 구분하냐”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패싱이 안정적인 것은 여러가지로 도움이 된다. 모욕을 듣지 않을 수 있다. 트랜스여성이 여성성을 걸치지 않는다면, 니가 어떻게 여성이냐는 말을 듣는다. 충분이 여자답지 못한다고 한다. 그저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말만 여자라고 하는 사람 취급받는다. “변태남”과 구분불가 소리를 듣지 않는다. 내 안전이 보장되지 않고, 나를 본 상대도 안전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괴물취급받지 않을 수 있다.

“패싱에는 상벌의 기제가 작동한다. 얻어맞기 싫기에 패싱한다. 패싱하면 사람들이 당신이 무슨 괴물인양 쳐다보지 않는다.”-젠더무법자

화장실이 정말 생식기와 염색체와 지정성별, 법적 성별에 따라 갈릴 수 있는가? 그 무엇도 화장실 입구에서 검사하기 어렵다. 실제 화장실은 눈치싸움을 하는 곳이다. 혐오세력의 뇌피셜과 달리, 트랜스젠더들은 아무 종류의 트랜지션도 안한 상태에서마저도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서 화장실을 선택하지 않는다. 내가 들어갔을 때 공격받거나 쓸데없는 시선폭력을 덜 당할 공간을 선택한다. 내 수술 여부와 상관 없이 내가 어떤 성별을 입었는지, 어떤 패싱을 당할지를 생각하며 화장실을 정한다. 내 안전과 타인의 불안감을 소거하기 위해, 트랜스젠더는 성별을 뒤집어쓰곤 한다.

아직도 왜 트랜스여성이 여성성을 입냐는 질문이 나오는가? 남성으로 패싱되는 채로 화장실에 들어가길 바라는가? 탈코한 상태로 스스로를 여자라고 주장해서 매장당하는 꼴을 원하는가? 아쉽지만 그 장단에 맞춰줄수는 없다. 탈코한 시스여성이 헛기침으로 시그널을 주는 동안, 트랜스젠더는 이렇게 자신을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만들 수 있다.

이 상황에서 여성성을 강화하는 이들은 트랜스젠더의 성별을 판정하려고 눈에 불을 켜는 인간들이다. 트랜스젠더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손이 크고 발이 크다는 이유로, 신체정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성에서 탈락시키는 인간. 암, 여자라면 손이 작고 예뻐야지. 그런데 니 손은 왜 여자답지 않게…. 네 얼굴은 너무 남상이다. 화장을 하든가 해라... 이런걸 조장하고 계시다는 말이다. 

 

성별을 뒤집어쓰는건 그렇다 쳐도, 여기서 여성성을 '과잉'으로 걸치지 않냐는 비판도 짚고 넘어가자. 미디어에서 본 트랜스여성 이미지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반례가 나오는 순간 그 반례는 없던 취급하고, 다시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이상적인 여성상을 걸친자를 찾는다. 그리고 하는 일은 상대방의 어디가 충분히 여성답지 않은지 품평하는 일이다. "역시 생물학적 남성임은 숨길수 없어"라면서. 여성성을 걸치지 말라는 근거를 찾기 위해 찾아낸 사람에게 여성성을 걸치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것. 불가능한 일을 못하다니 너네는 참 무능하다는 꼴이다. 

 

B. 의료적 트랜지션. 

여기까지 와서야 "수술"이 등장한다. 성전환 수술이라는 놈이다. 트랜스젠더는 성을 '전환'하지 않는다는 담론이 퍼지면서 성확정 수술정도로 이야기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역시 트랜스젠더 입장에서는 정확하지 않다.

이름이 뭐가 되었든 이 ‘수술’이라는 것은 사실 생식기를 어떻게 하는 수술만 포함하지 않는다. 가슴수술, 목소리 관련 수술, 단순히 생식샘(난소나 정소)를 제거하는데서부터 포궁적출까지. “완전한 남성형 생식기”에서 “완전한 여성형 생식기”로 변이하는 방식으로만 그놈의 “성전환 수술”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뿐만 아니라, 모든 수술을 동시에 받지도 않으며, 고작 저 수술을 했다고 해서 외형이 극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가슴수술은 뭐가 바뀔수도 있겠지. 하지만 생식기 수술은 옷을 다 벗기지 않는 이상 확인 자체가 안된다. 이걸 한다고 피부가 바뀌지도, 골격이 바뀌지도, 목소리가 변하지도 않는다. 실제로 내가 이런식의 성기 관련 수술을 두번에 걸쳐서 했을 때, 모든 과정에서 내 가족도 가장 친한 친구도 직장 상사도, 주변인도 아무도 내 수술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 몰래 수술했더니 휴가를 우겨넣어 확보한 과도하게 짧은 휴식기 후에 통증을 죽도록 안고 치질이냐는 소리 들으며 일해야했지만^^ 패싱에 어떤 영향도 줄 수 없는 이 수술을 가지고 “구분 여부”를 이야기하는것은 대체 어떤 수준의 무지인가?

그럼 페미니즘에서 수도없이 이야기하는 말을 다시한번 꺼내오겠다. 무지는 권력이다. 

 

그렇다면 그닥 많은걸 바꾸지도 않는 수술을 왜하는가? 

첫째, 혐오세력이 주구장창 하는 말이 그 이유다. 생식기에 성별이 달려있다는 믿음. 물론 당사자가 생식기에 성별이 달려있다는 믿음이 충만해서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타인이 내 생식기에 기반해서 내 성별을 판단하는게 불쾌해서 한다. 젠더무법자에서 말한다. 나는 내 생식기가 미워서가 아니라, 그것이 나를 특정한 성별로 만들기 때문에 그것을 없앴다고. 

둘째, 그래야 법적 성별을 정정할 수 있으니까 한다. 부연할 거리도 없다. 다만, 이 지점에서 또다시 꺼내올 무지가 있다.

성기 성형이 성별정정의 필수요건은 아니다. 트랜스여성의 경우는, 거의 그렇다. 아닌 건이 역대 단 한건으로 안다. 트랜스남성은 다르다. 트랜스남성의 성기성형은 트랜스여성의 케이스와 달리 매우 어렵고, 평균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필수 조건에는 생식능력의 완전한 소실, 즉 (이에 대한 항의 역시 이루어지고 있으나) 포궁 적출까지만 포함한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 이것은 외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따라서 “수술까지 다 마친 트랜스남성은 남자화장실을 이용”같은 소리는 할 수 없다. 

 

의료적 트랜지션에서 드라마틱한 변화 파트를 맡고 있는건 호르몬치료다. 호르몬 치료는 그러니까

여기서 지적하는 거의 모든 변화를 이끈다. 

혐오세력들이 과학시간을 그렇게도 감명깊게 보냈다면 당연히 알줄 알았다. 염색체가 XX,XY로 성별을 가른다는 말 근처에 대충 이런 내용이 있을거다. 프로게스테론, 에스트로겐, 테스토스테론의 효과. 체모의 양, 피부의 결. 머리기는 속도와 속눈썹 길이, 유선 발달따위를 정하는건 이쪽이다. 트랜스여성은 적절한 조치만 있으면 수술 없이 수유도 한다. 지금까지 이게 수술 결과인줄 알았나? 근육과 지방이 재배치되면 놀.랍.게.도. 골격도 변한다. 물론 드라마틱한 변화는 아니지만, 당연하다. 애당초 생물학적 성차라는 신화가 엄청나게 과장되어있는 것일 뿐이니까.

 

따라서 이와같이 "인공적인 조치"에 대한 거부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신성형으로 트랜스젠더의 수술을 포장하는 일은 많은 오류를 내포한다. 수술은 의무가 아니고, 트랜지션 과정중에 반드시 거치는 작업도 아니며, 그 수술은 전신성형이 아니다. 또한 각종 수술을 의무화하는건 이같은 사람들이 생물학적 성별 갈라치기를 한 결과라는 지점을 생각해보면, 이건 그냥 가해자가 피해자를 보고 비웃는 꼴이다. (호르몬 들이붓는건 갱년기 시스여성도 하는일이고 피임약도 근본적으로 호르몬 들이붓기라는 사실은 비밀이다.)

비수술 트랜스남성의 목소리를 보고 성별을 판단할수 있다는 말까지도 무지의 산물이다. 혐오세력이 매번 트랜스젠더 깔 거리를 찾아 헤메시는 유튜브만 가도 트랜스남성의 목소리 변이 기록같은건 쉽게 찾을 수 있다. 호르몬 치료에 의한 외형 변화 타임랩스도 엄청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어떤 트랜스젠더는 호르몬치료의 결과물로 “충분히” 변하지 않기도 한다. 그건 시스여성도 마찬가지다. 시스여성이 사춘기를 지나고 나서 “충분히” 몸이 발달하지 않는 사례는 수두룩하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신체를 남성신체로 취급하는 일은 트랜스젠더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주 평범한 여자당함을 내리갈굼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수술은 어차피 호르몬 치료 이후일테니 궁극의 뭐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올 테지만, 안타깝게도 이 동네에는 정해진 순서도 없다. 호르몬 치료 이전에 생식기 수술을 먼저 하는것이 권장되는 상황도 있다. 생식기 수술이 최종 단계가 아니다. 그것은 시작 단계일 수도 있고, 트랜지션 단계에 포함이 안될수도 있다.

혐오세력이 생식기에 모든 자아의탁을 하는 것과는 달리. 트랜스젠더는 거기에 자아의탁을 하질 않는다. 그러므로 비수술같은걸로 뭘 갈라치려는 의미없는 시도는 그만하시면 된다.

 

여기까지, 사실은 패싱은 수술에 달려있지 않으며, 모든것을 아시는 트랜스혐오자분들이 과학책하나 제대로 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성전환 수술을 그냥 인조 성기를 만드는 일, 자지를 까뒤집는 일 정도로 간주하는 이들의 말 속에서, 이들은 이미 성기성형수술이 트랜스젠더의 외형에 아무 영향도 주지 않음을 알고있다고 고백했다. 이 모순은 고의인가 무능인가? 

 

당사자였다면서? 

궁지에 몰린 혐오자는 항상 자기가 당사자였음을 그렇게도 주장한다. 

당사자였다고 주장하는 일은 더 답이 없다. 왜냐하면 여기엔 잘못된 전제가 너무 많으니까. “5년인가 4년전에는 바이젠더였음;; 혐오 멈춰~”라고 말하는 사람은 성별정체성이 면죄부로 작동할 수 없음을, 퀴어들은 집단대 집단으로 싸우고 있으며 아집단을 ‘클린’한 집단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야 하는가? 본인도 여성들 불링중이면서 자각이 없는가? 스스로가 트랜스젠더였다고 주장하면서, 어째서 “비수술 트젠은 남성과 외관적으로 구분할 수 없다”는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난 예전에 머가리 돌아서 트젠 시위도 나갔거든?” 이라고 말하던 사람은 “퀴어활동하던 인간이 terf겠냐”라고 말한다. 이사람은 또한 ‘재정체화를 했다면 한번은 남성으로 정체화했을것’이라는 발언을 통해 다시한번 트랜스젠더에 대한 기초지식도 없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무지의 가장 큰 문제는, 본인이 그 무지를 뽐내도 된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는데 있다. 하지만 여러분은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당사자를 외부에서 손가락질 하고 있다. 

 

지금 대체 뭐랑 뭘 착각하고 저런 소리를 하고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