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실화 썰] 그 시절 마른안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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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이태원에서 일했던 언니들이면
마른안주 재활용 얘기도 다 경험해봤을꺼야.
기본 안주로 나오는 게
땅콩, 새우깡 비슷한 과자, 건어물 조금, 프레첼 같은 거였는데
문제는 그게 늘 같은 비주얼이었다는 거지.
진짜 늘.
월요일에 봤던 안주가
목요일에도 있고
다음 주에도 있는 느낌.
처음엔 다들 몰랐어.
그냥 “안주가 안 바뀌네?” 정도였지.
근데 일하다 보면 알게 됨.
새로 담는 게 아니라
남은 거 털어서 다시 섞고
또 남으면 다시 붓고
그렇게 계속 순환시키는 시스템이었음.
어떤 손님이 땅콩 집어서 씹는데
한참 씹다가 말이 없음.
왜 그러나 봤더니
“이거 왜 돌 같아요?”
습기 먹고 다시 마르고
또 공기 맞고 굳어서
거의 자갈 수준이었지.
언니가 옆에서 웃으며
“손님, 원래 고소한 땅콩은 단단해요~”
했는데
손님 표정은 전혀 안 고소했음.
과자류도 문제였어.
새우깡 비슷한 거 하나 집으면
바삭이 아니라
“똑.”
부러지는 소리 남.
입에 넣으면 과자가 아니라
오래된 석고 씹는 느낌.
술 취한 손님 하나가
“와 여기 과자 식감 특이하네.”
했는데
특이한 게 아니라
시간의 맛이었음.
제일 충격은 접시 비워갈 때였어.
테이블 치우려고 안주 접시 들면
밑에서 과자부스러기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는데,
가끔 그 사이로 바퀴벌레 새끼가 후다닥 뛰어나옴.
그럼 언니들이 아무렇지 않게
“꺄악~” 한 번 해주고
다시 털어서 주방 보냄.
초보 애들은 기겁했고
오래된 언니들은 그냥 익숙했지.
나중엔 단골들 사이에서 룰이 생김.
땅콩은 먹지 말기
색 진한 과자는 더 위험
건어물은 냄새부터 맡기
그리고 결정적으로
“안주는 손대지 말고 술만 마셔라.”
지금 생각하면 진짜 말도 안 되는데
그때는 이런 집들이 실제로 대다수였어.
아마 그 시절 이태원 기억하는 언니들이면
이 얘기 듣고 바로 몇 군데 떠오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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