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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여보여보: 황금 상자가 열리던 날 - 2편

익명
2025-12-10 12:11 76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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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자엄마는 새벽 두 시가 넘도록 깨어나지 않았다.
구급대가 다녀갔지만 “맥박은 정상, 호흡도 정상. 다만 깨울 수가 없다”는 말만 남기고 돌아갔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세진은 울먹이며 클럽 한쪽에 주저앉았다.

태자는 말없이 조명을 모두 끄고, 금판 근처를 천천히 걸어다녔다. 그녀는 내내 손가락 끝으로 팔목을 긁어대고 있었다. 무언가가 들러붙은 듯한 감각. 저주가 자신에게 옮겨붙은 건 아닌지 의심하는 표정이었다.

태미는 냉정하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거의 떨리고 있었다.

“…우리, 이거 경찰에 말하면 안 돼.”

미래가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사람… 쓰러졌잖아.”

태미는 입술을 눌러 다물었다.

우리가 가져온 게 정상적인 게 아니야. 금판도, 그 병도.”

그녀는 더 말하려다 결국 입을 닫았다.

그들 모두 느끼고 있었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는 걸.
그리고 이건 ‘사람 세상 문제’도 아니라는 걸.


새벽 3시가 되기 직전, 금판이 아주 약하게 흔들렸다.
누군가 그 표면을 안에서 두드리는 듯, 금속이 떨려나는 미세한 음이 울렸다.

세진이 비명을 지르려다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금판 바로 아래 바닥이… 부풀어 올랐다.

아주 천천히, 마치 모래가 아래에서 밀려오는 것처럼.
태미는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태자는 가방을 움켜잡은 채 눈을 크게 떴다. 바닥 틈 사이로 미세한 모래가 새어나왔다.

미래가 속삭였다.

만자엄마가 이야기하던 그… 병에서 나온 거…”

그 순간, 바닥에서 터져 나온 모래가 회오리처럼 솟아올랐다.
가게 내부의 공기는 사막 한복판처럼 건조하게 변했고, 벽의 조명은 깜박거리다 완전히 꺼졌다.

모래 사이에서 천천히 형체가 만들어졌다.
팔, 다리, 목, 얼굴.
가장 마지막에 눈이 생겼다.

그 존재는 금판 쪽을 향하지 않았다.
여보여보 한복판에 서 있는 그들은 그 존재의 관심사였다.

태자는 결심한 듯 앞으로 나섰다.

우리가… 뭘 어떻게 해야 해요?
뭘 돌려줘야… 끝나는 건가요?”

그 존재는 고개를 천천히 돌렸다.
모래가 떨어지며 바닥에 잔잔한 소리가 났다.

“…돌려줄 것은 없다.”

그 말이 울리는 순간, 모두의 등골이 오싹하게 식었다.

그럼… 그 병은요? 봉인물은요?”
미래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병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말은 이해할 수 없었다.
병을 흔들면 모래 소리가 났는데.
만자엄마는 그걸 봉인물이라 했는데.

그 존재는 그들을 둘러보며 조용히 말했다.

진짜 봉인은… 너희였다.”

말의 의미를 깨닫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 공간, 이 구조, 저 금판, 그 병…
7년 동안 이 가게에서 벌어졌던 일이 전부 한 목적을 향해 흘렀다는 걸.

여보여보는 단순한 트젠바가 아니었다.

여기는 ‘통로’였다.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
인간의 감정, 욕망, 환희, 분노,
매일 밤 쌓여가는 생체의 열기와 소리…

그 모든 것이 문을 열기 위한 힘이었다.

태미가 숨을 들이켰다.
“그러면… 태자엄마가 쓰러진 건…?”

존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봉인을 지켜온 자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가 손을 들자,
갑자기 조명이 다시 켜졌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자엄마가 천천히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야.”

세진이 뛰어가 만자엄마를 부둥켜안았다.
만자엄마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모두를 바라봤다.

그 존재는 그의 뒤에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메네 — 세어 보았으나 부족했고
테켈 — 저울에 달렸으나 가벼웠다
페레스 — 나뉘어 다른 운명으로 넘어간다”

그 말과 함께, 존재는 모래로 흩어져 사라졌다.

남은 건 금판과, 새벽의 고요함뿐이었다.


만자엄마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냥 며칠 쉬겠다며 올라갔다.

이상한 건 그 다음부터였다.

만자엄마는 전보다 멀쩡해 보였고, 심지어… 더 젊어 보였다.
피부가 맑아지고, 목소리도 매끄러워지고, 움직임도 가벼워졌다.

하지만 태미는 한 가지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만자엄마의 그림자가…
예전보다 아주 조금 더 길어졌다는 걸.

어두운 곳에서는,
그 그림자가 금판 앞에서처럼
조금씩… 흔들린다는 걸.

그리고 여보여보 벽에 걸린 금판 뒤에서
가끔씩 아주 미세한 숨소리가 들린다는 걸.

마치 누군가
오랫동안 기다리며
천천히
몸을 뒤척이는 것처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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