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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소설] 여보여보: 황금 상자가 열리던 날 - 1편

익명
2025-12-09 18:04 81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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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했으나, 등장하는 사건과 전개는 모두 창작된 픽션입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둔 이태원 거리는 매일 밤마다 온갖 국적과 정체성이 뒤섞여 끓어올랐다. 낮에는 군인들과 상인들이 섞여 분주했지만, 해가 지면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묘한 빛을 내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트랜스젠더바 ‘여보여보’.

 

문을 열면, 이태원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집트 투탕카멘의 황금장식, 벽면 가득한 파라오 벽화, 피라미드 조형물로 손님을 맞았다. 술집이라기보다는, 어딘가 오래된 무덤에서 장례의식을 치르는 신전 같았다.

 

이 인테리어는 단순한 ‘컨셉’이 아니었다.
여보여보의 창업자인 만자엄마와 태미가 개업 직전 이집트 여행에서 “우연히” 갖고 왔다던 물건들이 곳곳에 박혀 있었으니까.
작은 석상들, 이상하게 부서진 스카라베 장식, 그리고 유리함 속에서 절대 열지 말라고 경고가 붙은 작은 황금 상자 하나.

 

금빛 벽화와 푸른 조명이 뒤섞인 내부는 마치 이집트 피라미드의 내부를 통째로 옮겨놓은 듯했다.

 

만자엄마는 매일 밤 문을 열기 전, 홀에서 가장 깊은 쪽 벽을 한 번씩 바라보았다. 그 벽에는 사람들은 장식이라고 생각하는 금판이 박혀 있었지만, 그에게는 결코 단순한 인테리어가 아니었다. 금판은 빛을 반사하지 않았고, 아무리 조명을 바꿔도 같은 색을 유지했다. 손으로 만지면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았는데, 그것이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어느 금요일이었다. 여보여보에 찾아온 손님은 혼자였고,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얼굴 같았다. 깔끔한 셔츠와 낡은 가죽 가방을 멘, 중년의 남자. 그는 술을 주문하지도 않은 채 홀 중앙에서 금판을 바라보았다. 눈빛은 마치 오래 잊고 있던 걸 다시 발견한 사람처럼 흔들려 있었다.

 

“저거,”

그가 숨을 들이켰다.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건데.”

 

만자엄마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그 말을 다른 누구도 알아듣지 못했겠지만, 그는 단번에 이해했다.

남자는 금판 쪽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가더니 낮게 중얼거렸다.

 

“팔려나간 지 7년… 그 사이 이런 데 붙어 있었단 말이지…”

 

그가 누군지 알 수 없었지만, 만자엄마는 그 순간, 과거의 일이 가슴속에서 꿈틀거리는 걸 느꼈다. 금판을 들여왔던 그 밤, 이집트의 뒷골목, 피 냄새 섞인 거래… 잊으려고 했던 모든 장면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 남자가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순간, 그는 갑자기 몸을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다. 마치 누군가가 귀에 바싹 대고 말을 속삭인 듯,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울이… 저울이 날 부르네…”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숨이 끊어진 듯 조용했다. 그러나 CCTV는, 그가 쓰러지기 직전 금판 바로 옆에 서 있는 한 실루엣을 잡아냈다. 인간 같았지만 눈·코·입이 없었고, 그림자처럼 흔들리며 남자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서늘함이 가게 전체를 훑고 지나갔다.

 

그날 이후, 아가씨들 사이에서 이상한 말들이 오갔다. 세진은 금판 앞을 지날 때마다 누군가 따라오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고, 미래는 혼자 계단을 올라갈 때 뒤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난다고 했다. 태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심해졌다.

 

결국 만자엄마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아가씨들이 모두 퇴근한 뒤, 태미와 함께 조용히 대기실로 그들을 불러 모았다. 가게 안은 음악이 꺼지고 나면 외롭게 느껴질 정도로 깊은 침묵을 갖고 있었다.

 

만자엄마가 말을 꺼냈다.

 

“금판… 우리가 그냥 사 온 거 아니야.”

 

그의 목소리는 그동안 수없이 연습한 고백처럼 차분했지만, 태미는 손을 떨며 고개를 숙였다.

 

7년 전, 둘은 사업 자금을 모으기 위해 이집트 현지 브로커와 어쩔 수 없는 거래를 했다. 컨셉을 살리기 위해 독특한 장식을 구하던 중, 그들은 우연히 창고 뒤쪽 사각 상자 속에서 이 금판을 발견했다.

 

만자엄마는 그날 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왜 그걸 그냥 두고 오지 못했을까.
왜 그걸 벽에 걸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그 금판에는 눈에 익은 세 단어가 새겨져 있었다.

 

— MENE
— TEKEL
— PERES

 

그게 뭔 뜻인지 당시에는 몰랐지만, 금판을 만지는 순간 이상한 압박감이 들었다. 마치 누군가가 등 뒤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감각. 하지만 태미는 단순히 "인테리어로 개쩔겠다"며 웃었다.

 

그렇게 여보여보의 가장 깊은 벽에 금판은 걸렸다.

 

아가씨들이 침묵 속에서 그 말을 듣던 중, 태자가 낮게 중얼거렸다.

 

“…근데, 태미야. 그때… 하나 더 있었지?”

 

태미가 눈을 부릅떴다.
만자엄마는 무언가를 들킨 표정으로 굳었다.

 

세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나 더 있었다니… 뭐가요?”

 

만자엄마는 숨을 들이켰다.

 

금판은 사실… 한 장이 아니었다.
벽에 걸린 건 단지 그 ‘표면’일 뿐이었다.

 

실제로는 금판 뒤에 다른 물건이 들어 있었다.
만자엄마는 그것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채… 혼자서 빼돌렸다.

 

그것은 작은 금빛 병이었다.
입구는 봉인되었고, 흔들면 내부에서 모래 같은 소리가 났다.

 

그녀는 그 병을 “문제의 씨앗”이라고 부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바로 미라를 봉인하던 마지막 조각이었다.

 

만자엄마는 그 사실을 이태원으로 돌아온 후에야 알아냈다.
그리고 그때부터 매일 밤…
금판 앞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태미는 몰랐다.
아가씨들도 몰랐다.
여보여보의 저주가 ‘벽의 금판’ 때문이 아니라,
만자엄마 혼자 감추고 있던 진짜 봉인물 때문이라는 걸.

 

만자엄마는 끝내 고백을 토해냈다.

 

“금판이 깨달은 거야.
저울에 달린 건… 우리 전부가 아니라…나 하나라는 걸.”

 

그 순간, 가게 전체의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홀 한가운데, 금판이 아주 미세하게 빛을 냈다.
금색도, 은색도 아닌… 모래 같은 빛.

 

누군가 천천히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모래 위를 밟는, 긴 발걸음 소리.

 

아가씨들은 숨도 쉬지 못한 채 그쪽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실루엣.

 

그리고 그 존재는 금판을 지나쳐
만자엄마 앞에 멈춰 섰다.

 

심장이 멈출 듯한 정적 속에서,
그 존재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낮고 오래된, 사막 바람 같은 목소리가 울렸다.

 

“너다.”

 

만자엄마는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7년 전…
저울은 이미 기울어 있었어.”

 

그 존재는 손을 뻗었다.
만자엄마의 가슴 위로, 바람처럼 가볍게 지나갔다.

 

그리고 말없이 사라졌다.

 

조명이 다시 켜졌을 때,
만자엄마는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숨은 있었지만, 눈을 뜨지 않았다.

 

그녀의 손 아래에는,
그동안 아무도 본 적 없는 작은 금빛 병이 굴러 나와 있었다.

 

병의 봉인은 풀려 있었고,
그 안은… 텅 비어 있었다.

 


 

2편에서 계속......

댓글목록3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20568 (58.29)
2025-12-10 07:46
존나 재미없엉

익명글님의 댓글의 댓글

유저19960
2025-12-10 10:47
재미없으면 죄송~ 다음화는 너의 취향까지  노리면서 써볼게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88664 (223.39)
2025-12-11 17:53
재밌음 언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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