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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오로라 회관 실종 사건

익명
2025-12-07 23:02 1,649 5

본문

이태원 옛 여보여보 터 뒤편,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골목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말하길, 거긴 예전부터 ‘사라지는 가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근데 그중에서도 트랜스젠더 언니들 사이에서 유독 오래 회자되는 곳이 있다.

오로라 회관.

간판도 없고, 낮에는 존재 자체가 안 보이는데
밤 11시가 넘어가면 기묘하게 문 앞에 전등이 켜졌다.
언니들 말로는 “누군가 소개하거나, 은하 엄마가 허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처음엔 헛소문인 줄 알았는데, 진짜 몇몇 언니들이 그 얘기를 너무 진지하게 하는 거다.

1

내가 처음 그곳 이름을 들은 건,
당시 이태원에서 나보다 한참 언니였던 정자 언니에게서였다.

“야, 너 아직 오로라 안 가봤지? 거기 진짜 찐이야.
내 팔자 그대로 맞춰. 내가 언제 남자랑 헤어졌는지도 맞추더라니까.”

정자 언니는 말수도 적고 허세도 없는 편이라
저런 얘기를 할 때면 내가 괜히 심장이 살짝 쿵 내려앉았다.
‘뭐가 있긴 한가보다’ 싶은 느낌?

2

그러다 어느 날, 결국 나는 정자 언니 손에 이끌려
그 골목으로 갔다.

건물은 철거 직전처럼 낡아있었고,
문 앞에는 오래된 유리조각 같은 전등 하나가 덜렁 켜져 있었다.
희한한 건… 그 불빛이 너무 차갑지도, 따뜻하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냥 ‘색’만 있었다.
보라색인지, 청록인지, 은색인지 구분이 안 되는 빛.

정자 언니가 문을 두드렸다.

두 번.
쉬고.
한 번.

딱 그 타이밍에 문이 딸각 하고 열렸다.

안에서 느릿하게 목소리가 나온다.

“정자 왔네. 뒤에 있는 애는 누구야?”

나라고 말한 적 없는데,
내 존재를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었다.

3

안은 작은 방 두 개뿐이었고,
한 곳에 은하 엄마가 앉아있었다.

‘엄마’라기엔 나이가 가늠이 안 됐다.
얼굴은 40대로 보이는데, 목소리는 20대처럼 맑았고,
걸음걸이는 60대 느낌이었다.

은하 엄마는 나를 한번 훑더니,
웃지도 않고 그냥 말했다.

“니가 요즘 혼자 많이 울었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그 얘기 누구한테도 말한 적 없다.
하루에 한 번꼴로 눈물이 나는 이상한 시기를 겪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입을 떼지도 못했는데
엄마가 말을 이어갔다.

“근데 그 눈물, 니 거 아니야.”

순간, 등에 전기가 쫙 올라오듯 소름이 돋았다.

정자 언니는 익숙한 듯 고개만 끄덕였다.

“엄마, 얘 좀 풀어줘. 요즘 너무 막혀있어.”

4

그날 이후 정자 언니는
매달 두 번씩 꼬박꼬박 오로라 회관을 찾았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말하더라.

“이상하게도… 다녀오면 일이 척척 풀려. 손님도 늘고, 몸도 가볍고.”

근데 그게 오래 가진 않았다.

정자 언니는 어느 순간부터
웃음이 사라지고, 밤마다 자다가 벌떡 일어났다고 했다.

“몸이 너무 무거워…
근데 더 가봐야 할 것 같아. 안 가면 찝찝해.”

뭔가에 끌리듯 말하는데
듣는 내가 오히려 겁이 났다.

5

정자 언니가 마지막으로 오로라 회관에 간 날,
나는 우연히 바로 그 근처에 있었다.

정자 언니는 전처럼 문을 두드렸고
문이 열리더니, 은하 엄마가 걸어 나왔다.

“오늘은 좀 오래 걸릴 거야. 밖에서 기다리지 말고.”

정자 언니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정자 언니의 모습이었다.

6

한참을 기다려도 안 나오길래
내가 문을 두드렸다.

반응이 없었다.

창문은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고
안은 고요했다.

한 시간… 두 시간…
결국 나는 불안해서 경찰에 신고하러 갔지만
파출소에서 이 말을 꺼내니 돌아온 대답이 가관이었다.

“그 장소요?
거긴 수년 전부터 비어있는데요.”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저씨, 제가 방금까지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는 걸 봤다니까요?”

경찰은 건물주에게 연락했다.
건물주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 방은 3년 전에 폐쇄됐어요.
출입문도 열쇠 없이는 절대 안 열려요.”

그날 새벽, 나는 다시 골목으로 돌아갔다.

근데…
전날 켜져 있던 그 특이한 전등이
온데간데없었다.

문도 완전히 폐건물처럼 잠겨 있었고
안쪽은 먼지만 뽀얗게 쌓여 있었다.

살림도 없고, 가구도 없고,
사람이 있었던 흔적이 단 하나도 없었다.

그 방에
정자 언니가 들어간 문도
그 문을 열어 준 은하 엄마도
그 빛도
전부 사라져 있었다.

7

정자 언니는 이후로 정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폰은 꺼져 있고,
집세도 고스란히 남아 있고,
짐도 그대로였다.

언니들 사이에서는
아직도 이런 말이 돈다.

“은하 엄마는 복채를 돈으로 안 받았던 게 아니라니까.”
“사람 기운을 받는 사람이었어.”
“정자 언니는… 기운을 다시 받으러 간 게 아니라, 돌려주러 간 거야.”
“그때 이미 언니 몸 안에 엄마가 들어와 있었던 거지.”

믿거나 말거나지만
이 이야기만 나오면
대낮에도 등 뒤가 서늘해진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누가 비슷한 디자인의 전등을 어디서 봤다는 말이 돌곤 한다.

그 골목에서
혹은
다른 동네에서.

마치 오로라 회관이
어딘가로 옮겨 다니는 것처럼.

댓글목록5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95080
2025-12-08 22:15
소설잘봣습니다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65992
2025-12-09 16:53
소설이든 아니든 재밌다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08120 (121.151)
2025-12-10 17:33
재밌다 정자언니가 어딘가에서 모습을 드러낸 얘기가 더있었음 좋겠다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26888 (223.39)
2025-12-16 17:30
이태원에 데뷔한지 20년됬는대
정자라는 더덕은 첨들음

익명글님의 댓글의 댓글

유저93904
2025-12-16 18:37
더덕들 이름이 한두개니? 가게 옮길때마다 바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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