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실화 썰] 버건디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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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바닷바람이 밤이 되면 묘하게 눅진해지는 골목이 있다.
그 끝에 트랜스젠더 바 하나가 늘 같은 밝기로 불을 켜고 있었다.
그날도 평범했다.
손님 하나가 들어왔고, 하윤이 자연스럽게 그 룸으로 들어갔다.
문제가 된 건, 너무 빨리 나왔다는 거였다.
하윤은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벽을 짚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눈을 제대로 못 뜨고 있었다.
“언니… 나 진짜 머리 너무 아파.”
잠깐 숨을 고른 뒤, 거의 울먹이며 덧붙였다.
“소금… 소금 좀 뿌려줘.”
유흥 쪽 오래 한 사람들은 안다.
그 말이 농담이 아닐 때가 있다는 걸.
사장은 하윤을 쉬게 하고, 직접 룸으로 들어갔다.
손님은 조용히 앉아 있었다.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고, 표정도 과했다 싶을 정도로 담담했다.
사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무속인 쪽이세요?”
손님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잠깐 뜸을 들이더니 덧붙였다.
“근데 그런 증세는 있어.”
사장은 웃으며 분위기를 넘기려 했지만,
손님은 이미 다른 이야기를 꺼내고 있었다.
“여기 일하는 애들 중에 버건디 네일 한 애 없지?”
“그리고 빨간 하이힐. 차 마크 날개 달린 거.”
테이블을 톡, 한 번 두드리며 말했다.
“그런 애 있으면 조심해...진짜로.”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에이, 그런 애 없어요.”
손님은 바로 잘랐다.
“지금은 없지...근데 생겨.”
사장의 웃음이 굳었다.
“빨간 하이힐 찾으면, 그때 바로 손절해. 안 그러면...”
잠깐 사장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너희 다 괴로워져.”
가게엔 버건디 네일을 한 아가씨도, 빨간 하이힐도 없었다.
다들 “이상한 사람 왔다 갔네” 정도로 넘겼다.
신빙성 없다고, 그냥 해프닝이라고.
다음 날 이었다.
차로 출근하다가 신호등에서 마주쳤다.
비홍이가 자기 차 안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웃으면서 손을 흔들어주던 순간,
누군가 숨을 삼켰다.
전날까지 흰색 네일이던 손.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건—
버건디 네일이었다.
아무 말도 안 나왔다.
다들 속으로만 같은 말을 삼켰다.
‘설마…’
그때까지만 해도,
관계는 완전히 틀어진 건 아니었다.
괜히 예민해졌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몇 달이 흘렀다.
작은 일에도 틈이 생겼다.
서서히 멀어지고 있다는 걸
다들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두가 굳었다.
비홍이가 웃으며 말했다.
“나 신발 새로 맞췄어.”
빨간 하이힐.
그 순간, 그날 밤 그 손님의 말이
머릿속에서 정확히 되살아났다.
“빨간 하이힐 찾으면, 그때 바로 손절해.”
누군가 낮게 말했다.
“야… 이건 진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가 더 떠올랐다.
비홍이 타고 다니던 차.
유난히 눈에 띄던 엠블럼.
날개 달린 마크.
그날 밤,
그 손님은 미래를 본 게 아니었다.
이미 흐르고 있던 걸
그냥 보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그 이후로, 그 가게에선
빨간 하이힐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다.
누군가 버건디 네일을 하고 들어오면
괜히 한 번 더 손을 본다.
그리고 이유 없이
머리가 깨질 듯 아플 때면—
아직도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소금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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