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아직도 내가 트젠인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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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그 손님은 나를 일반여자라고 생각했음.
눈빛은 점잖았고, 말투는 정중했고, 자리에서 허튼 손놀림 하나 없었음.
보통 그런 손님들은 시간만 때우고 술만 마시다 가기 마련인데,
이 사람은 달랐음. 앉자마자 나한테 말을 걸었고,
내가 무슨 술을 좋아하냐, 취미는 뭐냐, 서울은 언제 왔냐… 묻는 말이 너무 많았음.
처음엔 경계했음.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는데,
그 날 끝까지, 술기운 오를 때까지 단 한 번도 몸을 안 만졌음.
심지어 계산 다 하고 나갈 때도, “오늘 즐거웠어요” 하고 가버리더라.
그때부터였음. 그 손님은 매주 한 번씩 왔음.
항상 나만 찾았고, 자리 없으면 기다렸음.
그래서 마담도 “그 손님 너한테 꽂혔나봐~” 하며 농담했는데,
농담이 아니게 됐음. 정말 나한테만 집중했음.
어느 날은 꽃다발을 들고 왔고,
어느 날은 초콜릿을 줬고,
어느 날은 진지하게 말했다.
“너랑 밖에서도 만나고 싶어.”
나는 그날 아무 말도 못했음.
입을 꾹 다물고, 잔만 들었음.
속으론 별의별 생각이 다 돌았음.
‘얘가 지금 나를 진짜 여자로 보는 건가?’
‘나중에 알면 어떻게 될까?’
‘지금이라도 말해야 하나?’
근데 그때 이미 늦었음.
나도 그 사람을 기다리게 됐고,
그 사람 말투에 웃게 됐고,
그 사람이 안 오는 날은 기분이 묘하게 가라앉았음.
근데 말 못했음.
내가 트젠이라는 걸.
그 사람은 내가 여자로 태어난 줄 안다는 게 느껴졌음.
왜냐면 아무 의심 없이 대했고,
한 번도 내가 ‘트젠’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조차 떠올리지 않았음.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이젠 나도 혼란스러워짐.
‘내가 이 사람을 속이고 있는 걸까?’
‘그럼 내가 정체를 말하면, 그냥 다 끝나겠지?’
근데 마음이란 게, 말처럼 정리되지 않음.
그 사람 앞에서 나도 점점 더 ‘여자처럼’ 행동하게 됐고,
점점 더 말투를 부드럽게 만들었고,
심지어 내 자신까지 착각하게 됐음.
진짜 여자처럼 사랑받고 있다는 착각.
요즘엔 자꾸 생각함.
이 사람이 어느 날 내 과거를 알게 되면,
나를 때릴까? 욕할까? 울까?
아니면 조용히 돌아서서, 다시는 안 나타날까?
아직은 말 못하겠음.
그 사람 앞에선 그냥 예쁜 ‘언니’로 있고 싶음.
그게 죄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누군가한테 처음으로, 그렇게 ‘존중받는 여자’가 된 기분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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