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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게 변하긴 변하는구나

익명
2024-01-09 23:04 1,85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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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랑예찬론자었어. 

드라마에서 바람난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나고

애인을 배신한 비도덕적인 사람들을 보면 이해가 안되었어. 

마음이 변해도 사랑이 변하지 않는다. 를 고수한 사랑 보수론자랠까,

이런 내가 최근 가치관에 변화가 오는 큰 사건을 겪었어. 


지금은 만나는 애인 있거든 나이 있으니까 거의 결혼파트너와 가깝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늘 옛날 첫사랑이 생각났어. 

이루지 못한 풋풋한 20대시절 첫사랑말이야..

십년정도 그 첫사랑에 미련을 지닌채 살았던 것 같아. 

그래서 드디어 작년 말에 사고를 쳤어. 


그날따라 애인이랑 싸우고 호캉스를 혼자 가버렸는데 술 한잔 하니까

그 첫사랑 폰번호가 떠오르더라? 다른때는 맹세코 생각안났거든. 

십년동안 똑같은 번호를 쓸꺼라고 예상도 못했었고. 

쨌든 혼자 우울쇼 감성쇼 취기에 젖어서 첫사랑한테 전화를 해버렸어. 

지금 생각하니까 내 인생 최대의 실수 같아. 


왜 선인들이 추억은 추억일때가 아름답다고 했는지.. 이제서야 이해가 가. 

내 스스로 그 모든 첫사랑에 대한 좋은 추억을 엎어버렸어. 내 손으로 다 깨버렸어. 연락 안했더면 모르고 있을 사실들을 알아버렸고 내 자신의 추잡한

모습도 깨닫게 된거 있지? 

난 내가 죽어서 다시 태어나도 첫사랑은 영원히 사랑할꺼라고 생각했거든. 

휴ㅡ 다 망상이었지뭐. 


십여년이 흐른뒤 첫사랑은 현실의 삶에 치어 노가다를 뛰면서 돼지가 되었더라. 나랑 만났을때의 샤프하고 잘생긴 애는 온데간데없고 뱃살 두둑한

아저씨만 남았더라. 예전에도 걔는 집안 가장이었거든. 

엄마랑 동생을 책임져야해서 고3부터 취직한 아이었어. 

날 만나던 20대의 걔는 이 정도까지 망가진 모습은 아니었는데


세월의 흔적과 삶의 고단함을 그대로 맞았더라. 

나년은 곧 죽어도 내 삶엔 사랑하는 이가 그대밖에 없노라 그동안 그 첫사랑한테, 스스로한테, ㅈㅣ랄도 풍월을 읊었건만, 

달라진 그 아이 모습을 보니 사랑이고 미련이고 싹 사라지더라. 

그런 내 모습에 내가 더 놀랬고. 

난 외모지상주의었구나 싶으면서 내 맘이 어찌 이리 쉽게 변할수가 있는거지 싶은게...... 사랑이 이렇게 쉽게 변하는건가 내가 얘를 책임져야하나

싶은 의문과 혼란스러움이 잠깐 들기도 했어. 


첫사랑을 얼마나 사랑했냐면 당시엔 헤어지고 정신을 못차리고 약 먹고

살자쇼도 해봤고 한달내내 폐인처럼 살아봤고 여튼 첫사랑 이 아이가 아니면 내 삶은 의미없어 그 정도로 병적인 집착까지 했었는데, 

그런 사랑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무너지더라. 

 

첫사랑은 그저 시간에 닳고 닳아 아저씨가 된것 뿐인데..


난 그동안 대체 무엇에 집착하고 꿈 꿨나 싶었던 거 있지?


어릴땐 어린 마음에 첫사랑 그 아이가 장애인이 되더라도 팔 하나 눈깔

하나 없어도 변함없이 사랑할꺼라고 했단 말이야

근데 시간이 흘러 노가다 뛰는 돼지아재가 된 첫사랑을 다시 마주하니,

그런 아이가 오히려 나한테

다가오려는게 싫었고 짜증나서 욕 뒤집어지게 하고 돌아섰어. 


그동안 긴 시간동안 그리 첫사랑이란것에 집착한건 나었는데 말야. 

막상 실물을 마주하니 난 변했더라. 내 사랑도 고작 달라진 그 아이의 외모에 변해버리고 모든게 낯설기만 한 상황. 

내가 만약 첫사랑의

현재 모습을 모르고 계속 추억속에서 꿈만 꾸고 있었다면 난 아직도 그 아이를 사랑하고 있겠지? 


정말 어이없게도 별거 아닌것으로 끝났다. 

예전보다 몸집도 두배로 늘어나고 뱃살도 쳐지고 삶에 시들어버린 

그 아이 모습에 망설임도없이 내 사랑은 끝나더라. 


아직도 첫사랑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건 있다. 

예전엔 그 아픔이 그리움이 었지만 지금은 그 아픔이 뭔지 모르겠어. 

그 아이에 대한 안쓰러운 연민인지, 아니면 변해버린 내 사랑에

내가 마음이 아픈건지. 난 고작 외모를 따지는 사람이라는것에 놀랬어


난 현재 그닥 잘생긴 애인을 만나는건 아니거든. 

다만 여러모로 훌륭한 사람이라서 만나고 있어. 그러다보니 난 내가

외모는 전혀 안재고 따지지 않는줄로 알았는데, 첫사랑을 다시 보고 나서야

지금 애인이 센스가 있게 꾸밀줄 아는 사람인거 알았어. 


첫사랑은 20대엔 되게 섹시하고 잘생긴 얼굴이었거든 

나이 들어 돈 없으니까 초라하기 그지없더라.. 색바랜 청바지며,

후ㅡ 그저 한숨만 나온다 

그런게 먼저 눈에 띈 나도 속물이 다 된거지뭐. 


지금은 첫사랑을 사랑하는만큼은 아니고 나이 들고나서, 또래 동아리에서 만난 사람이라 그런지 생활환경이나 취향이 비슷하고 그냥 친구같고 그래. 

시간이 흘러 섹스리스가 되었지만 가끔 싸우지만 왠지 의리로 사는 느낌. 

난 내가 나이 들어서 사랑같은게 식은줄로 알았는데 첫사랑을 다시 만나

오히려 기겁하면서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니까 내가 변한거더라. 


누군가를 사랑하면 그게 평생 갈줄로 알았어. 

동성이라도 평생 사랑하니까 그게 찐사랑이 생각했는데

동성애든 이성애든 다를건 없네 사랑이란게 그 나이대에만 있는 환상이었나봐. 내 성적지향이 동성일뿐이었고. 그 사랑이 더 위대하거나 더 진실되거나

그런것 따위는 없엇던 게지. 


휴ㅡ 그동안 사랑에 너무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살았었어. 

그래서인지 허무함이 다른 그 어떤 상실감보다 더 충격으로 다가온다. 

댓글목록4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03248
2024-01-10 08:30
너무 공감된다.

익명글님의 댓글의 댓글

유저67125
2024-01-10 16:53
나만 겪는 일은 아니구나, 고맙다 댓글 위로가 되네 어젯밤 가슴 중앙이 뻥 뚫린것 같은게 잠을 좀 설쳤거든

익명글님의 댓글

유저53588
2024-01-17 06:50
그 당시만 느낄수 있는 기억의 장면? 감정같은것들인데.. 첫사랑과의 재회는 그때 당시로 돌아가서 만날수 있는게 아니라 현재 모습으로 만나지는거잖아? 추억보정같은 느낌이랄까?
난 음식에서 느낀점이 많아 처음 먹었을땐 정말 미쳤다 맛잇다 하는데 두번째 먹으면 그때 그맛이 안나더라고.. 걍 그저 그런음식 느낌이랄까...? 사람도 그와 비슷한거 아닐까
정말 그당시만 느낄수 있는 감정들 말야 누구나 다 그럴거야

익명글님의 댓글의 댓글

유저99505
2024-01-18 02:37
글쓴이야~ 언니 대댓 늦게나마 읽었는데 뭔 느낌인지 공감이 가.. 위로 고맙다 요즘은 그 첫사랑이 안타까워서 자꾸만 뒤돌아보는 중이야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하구
예전의 그 첫느낌 그 첫사랑의 ‘맛’이 그립나봐.
이래저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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