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트랜지션 하면서 겪었던 몇 가지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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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제가 트랜지션 하면서 겪었던 몇가지 딜레마들을 적어볼까 합니다.
이 글을 보시는 MtF분들이라면 나름의 공감대가 생길 수 있을 것이고, 또 MtF를 지망하시는 분들께서는
제 삶을 몇가지 예로 들면서 MtF들이 사는 데 어떠한 불편함이 있을 지 정보를 알아가셨으면 합니다~
주관적인 글이니 꼭 이렇다 하는 것, 꼭 이 말이 정답이다 라곤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역시나 이세상 사람이 모두 똑같이 생기지 않은 것처럼, 이 세상 트랜스젠더들이 겪는 고민도 개인차가 있는 법이니..
1. 너 요새 많이 변했다?
호르몬을 맞고 난 뒤로 모습이 서서히 변화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우릴 만나는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라는 것을 눈치챕니다.
마치 일반 여성이 한달 뒤에 성형 수술을 진행하고 난 뒤에, 성형 수술을 하기 전과 한 후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어? 너 성형했니?]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저 역시 호르몬을 투여한 지 약 6개월 정도 지나니 얼굴이 뭔가 여성스럽게 변한다, 성격이 여성향으로 변한 것 같다 라는 등
확실히 [여성화]에 대한 주변의 눈치가 조금 있었습니다만, 이걸로 들키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 8개월차 되니까... 이제 슬슬 눈칫거리가 들어오더라구요.
심지어 성전환을 한다는 소문이 말 한 적도 없는데 사방에 퍼졌다고들 합니다.
정말 이런 상황까지 오면 어떻게 말해야할지 누구나 고민하게 됩니다.
과연 여기서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니 그걸 어느 사람들이 다 커밍아웃을 받아준다는 보장이 없는데
그렇다고 말하지 않자니 이러다 들키면 더욱 더 충격이 크겠고...
이렇게 고민하게되는게 가장 트랜스젠더의 첫 딜레마가 아닐까 합니다.
부모님 몰래 호르몬을 투여하는 사람이라면 결국엔 어느 선에 들키는 날이 오겠죠?
저 역시 부모님께 말씀을 먼저 드리지 않은 채 호르몬 투여를 시작했는데, 약 7개월 정도 됬을 때에 가슴으로 인해 발각되었습니다.
2. 주변인은 날 이해해도 날 여자라고 부르진 않는다.
트랜스젠더로서 이제 여자로 인정받고 사시는 분들도 많을 거에요~
하지만 여자로 인정을 받은 것, 그거 하나가 끝이지 아직 어색해하는 가족이나 지인들이 많습니다.
제겐 친여동생이 하나 있습니다만, 패션감각이 저보다 몇배로 뛰어나고, 동생의 직업상 그런 부분에 상당히 철두철미합니다.
그래서 여자가 된 이후에 화장품이나 의류를 구매하러 갈 때에는 보통 동생을 동반하여 골라달라고 하는 편이 일쑤이죠.
그렇게하면 정말 여성스러운 쪽으로 딱딱 맞춰서 고를 수 있으나 여기서 가장 큰 딜레마가 하나 있습니다.
친가족이기에 달랑 몇년도 아니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동생이 저를 언니라 부르긴 매우 익숙하지 않다는 것.
가끔 옷사러 같이 갈 때, 아 오빠 이런거 좋아했지?라고 본능적으로 동생이 말해버리는 순간
점원들 표정 굳어질대로 굳어지고 여성 의류를 사러 온 다른 여성분들의 눈초리가 매우 따가워집니다.
가뜬이나 남자에서 여성화하기 때문에 몸 자체도 뭔가 찾다보면 의심이 설 부분이 없지 않아 있을 수 있는데
그 말 한마디가 모든 여자들의 시선을 집중시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더 쉽게 발각되게 만들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일들은 주변에서 모든 트랜스젠더들이 흔히 겪을만한 딜레마 중 하나가 아닐지 고민됩니다.
부모님께서 [우리 아들]이라고 부르거나, 친했던 후배들이 [형]이라 부르거나...
아무리 여자로서 인정받았다고 해도 10년 이상을 여자인 채로 같이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아직은 익숙치 않는 법이죠.
3. 여자의 목소리로 남자를 흉내내는 거야?
성대 수술 이후 이런 말 엄청나게 많이 들어봤습니다.
남자로 태어났기 때문에 본의아니게 모든 트랜스젠더들은 남자들의 [말]에 매우 익숙해져 있습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경우도 있는 법이랍니다.
저 역시 선천적 트랜스젠더라는 판정을 받았지만, 선천적으로 여성스럽게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살다보니 외모와 성격은 몰라도 [말] 자체만큼은 남자 그대로로 유지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남자와 여자들은 각기 다른 발성법으로 이야기하기때문에, 목소리가 바뀌었다고 혹은 가성을 사용한다고 해서
남자가 완전한 여자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은 사실 불가능입니다.(목소리 자체는 같을 지 몰라도 말투에서 걸려버리죠.)
또한, 입에 붙는 말들이 간혹 있는데, 대표적으로 누군가를 부르는 칭호를 예로 들 수 있겠지요.
친한 선배에게 형 형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오빠라고 부르는 건 매우 기나긴 시간이 들어갑니다.
위의 2번 예와는 반대되는 점이면서 역시 딜레마라고 볼 수 있는 점..
말투를 비롯하여 남자들이나 쓰는 말을 여자의 입장에서 해버리게 되면 매우 난감하게 됩니다.
응? 갑자기 왜그래? 이런 말들이 숙숙 들려오면 자신도 모르게 당황하게 되죠.
어떻게 말해야 할까?... 하면서....
대표적으로 3가지를 적어보았어요~
댓글목록1
솔리드님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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